


- 활동 목적 : 학내 중고령 여성 청소노동자를 주목하고, 평가절하되어왔던 청소'노동'이 노동으로서 가지는 가치에 주목하여 지금까지 청소노동자에게 향했던 차별적이고 단편적인 시선에 균열을 내고자 함
- 활동 내용 : 구술생애사 연구를 통해 중고령 여성 청소노동자의 노동과 삶을 재규명하기 위한 출간작업 진행
- 활동 지역 : 서울
- 활동 평가 및 소감
한 사람의 삶에는 도서관보다 깊고 방대한 이야기가 있다. 단 몇 번의 대화만으로는 그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없으며,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들을 수 없다. 우리는 대우관 청소노동자 A, B, C, D의 삶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으나, 서로의 삶의 교차점을 확인하고 글로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 깊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망설이게 된다.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맺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일정, 교내 출입 제한, 코로나-19 확산 등 때문에 자주 뵙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유 이전에도 앞서 고민해봤어야 할 지점과 부족했던 부분은 명백히 존재했다.
처음 인터뷰이 섭외를 위해 학내 여러 건물들의 휴게실을 방문했다. 그중 대우관이 가장 학생들의 활동에 호의적이었기에, 우리는 꾸준히 인사를 드리고 자주 방문하다보면 꽤나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주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으므로 시간이 날 때 방문하고 때로는 점심도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방문해 이야기를 듣는 상황 속에서, 인터뷰를 하러 온 학생과 청소노동자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수평적일 수는 없다. 학내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학생, 그리고 자식뻘인 우리가 휴게실을 방문한다면 청소 노동자는 그들을 잘 대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지닐 수 있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제공하는 청소 노동의 수요자인 우리는 그 안에서 환영 받아야 하는 손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관계성에 대한 성찰이 생애를 수집, 분석, 출판하는 과정에서 결여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연구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느껴지는 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우리는 그에 앞서 단순히 우선 사람을 만나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것이 충분한 친밀감을 쌓지 못한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인터뷰를 시도할 때마다 ‘내 이야기는 별거 없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삶을 글로 담아내려는 목표와 이야기의 가치를 찾는데 노력했다. 왜 자신의 삶의 궤적을 스스로 ‘별거 아닌 이야기’로 평가하는지 되짚어 나가며 그 근원을 찾고 ‘별거 있음’으로 이끌어내려 했다. 마치 그 근원은 이야기 자체에 있는 것처럼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이전에 우리가 ‘별 거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위치에 대한 성찰을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구술생애사로서 ‘공명’ 인터뷰집은 청소노동자 개인의 생애를 재구성하고자 했으나, 삶의 편린들의 집합에 가까워진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시간의 부족, 낯선 방법론 등의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한계에 의해 더 깊이있고 밀도높은 인터뷰집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이 결과물에서 엿보이는 개개인의 삶의 꼭짓점들과 이들을 잇는 작업은 유의미한 지점이 있다. 인터뷰이가 스스로 기억해낸 삶의 조각들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거나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낸 변곡점이다. 꿰어진 삶의 조각들은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노동자가 기억에서 빚어낸 자신의 형상이다.
‘공명’ 프로젝트는 계획을 세울 때부터 활동을 마칠 때까지, 그 간 “엄마” 혹은 “아줌마” 등의 호칭으로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고정관념 속에 갇혀있던 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사람다운 삶을 조명해, 이들 역시 학생들과 같은 위치에 서서 대학이라는 공간 위에 서있는 사람임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으로서 보장받아야할 권리를 쟁취하는 데에 기여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 내 청소 노동자를 멀디 먼 존재처럼 느껴온 독자에게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내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얇지만 폭넓고 깊은 삶이 녹아 들어간 책자를 이제 막 출판했고, 이 내용이 보다 멀리 퍼져 나가며 대학교 내 학생과 노동자가 관계를 맺는 모습과 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 우리가 목표하던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